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던 시대
이름은 물론이고 언어와 꿈,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동주를 소개하려 한다. 일제강점기에 짧고 강렬한 삶을 살았던 시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동주는 같은 집안에서 나고 자란 동주와 몽규에 대한 이야기다. 이 둘은 동갑이며 사촌지간이다. 많은 것이 비슷하지만 또 많은 것이 다른 둘이다. 청년 동주는 시인을 꿈꿨고 몽규는 신념을 따르는 일이라면 거침없이 움직인다. 가까운 친구지만 성향이 달라 종종 어려움을 느낀다. 동주와 몽규는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처벌을 서슴치 않는(창씨개명) 조선을 떠나 일본으로 간다. 이후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집중하는 몽규와 힘들지만 매 순간 시를 쓰며 아파하는 동주는 갈등을 빚는다. 젊은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이자 친구인 송몽규의 우정은 윤동주에게 범죄란 이름으로 바뀌어 찾아온다. 독립운동 혐의로 검거된 것이다. 윤동주 시인이 구속됐을 당시 범죄는 송몽규의 사상에 동조했단 것이었다. 그가 하는 말에 동하여 수행비서 역할을 했단 죄목이었다. 일본은 윤동주에게 죄를 인정하라며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했고 윤동주는 불복하지 않았다. 앞장선게 아니라 비서처럼 그를 쫓아다니기만 한 것이 부끄러워 사인을 못하겠다 말한다. 그리고 윤동주는 29세. 1945년 2월 16일 사망한다.
송몽규와 성장주의
자생적 근대화와 한국전쟁 식민지화, 빈곤과 빈곤에서 살아남지 못한 치열한 시대 속에서 지난 70년간 지속된 가치인 성장주의를 빼놓고 동주를 논할 수 없다. 송몽규는 과정이 무시되고 성과와 업적만 추앙받는 시대 즉 성장주의 탓에 주목받지 못했던 셈이다. 감독은 동주를 통해 윤동주와 성장주의를 함께 풀어나가고자 했다. 송몽규는 1945년 3월 7일 사망했다. 수줍음이 많던 소년인 윤동주와 달리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그런 성격을 강점으로 내세워 독립운동가 이웅 일파에서 활동했지만 이후 일본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귀국당했다. 그리고 구금과 고문을 반복하다 요주의 인물로 이름을 올린 후 풀려난다. 요주인물에 이름이 적힌 이상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고 결국 윤동주와 함께 연희전문학교에 다니게 된다.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였지만 윤동주와 송몽규는 보란 듯 합격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43년 한 사건으로 다시 체포되고 이후 그는 나오지 못한다.
흑백영화가 주는 것
감독은 윤동주와 송몽규를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그들의 깊은 감정 저 너머까지 끌어내기 위해 흑백으로 영화를 상영할것을 선택했다. 점점 고화질의, 좋은 기술을 담아내는 영화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흑백을 택한 것은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가 명확했음을 의미한다. 감독과 배우는 이를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흑백과 윤동주 그리고 송몽규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분명 컬러로 송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흑백으로 컬러를 없애 버리면 배우들이 표현해내야 하는 게 더 많아지고 촬영자들도 까다로워진다. 색이 없으니 단순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물체 본연의 컬러가 아닌 다른 색상을 띠거나 색이 없으면 어색해지는 것과 동일하다. 큰 모험을 선택한 동주 제작진들과 배우는 그렇게 대성공을 거뒀다. 흑백으로 나오는 영화란 부분에서 한번, 그들의 연기력과 연출에 한번 관객들은 놀랐다. 신박한 연출과 여운을 남기는 연기가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배우 강하늘에게 관심이 쏠린다. 믿을 수 없는 몰입감은 물론 배우들이 연기하는 장면은 울컥하게 만든다. 촬영 전부터 윤동주 시집과 관련 책들을 읽고 영화 속 시대에 맞는 사투리를 연습한 배우들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또한 점점 수척해지는 윤동주를 리얼하게 담아내기 위해 엄격한 다이어트를 했으며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목이 잘리는 장면에선 가발이 아닌 실제 머리를 삭발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세심한 디테일들로 인해 영화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동주는 또 다시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는 영화다. 아이들과 가족들과 그리고 연인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로 추천한다.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대화를 한다면 또 다른 역사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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